후기

2년 지나서 쓰는 편도절제술 후기

sudult-bipa 2024. 11. 14. 07:34

2022년 6월에 내가 작성한 네이버 블로그 글을 재구성 했다.

 

나는 2010년경부터 편도결석이 생겼다.

그렇게 10년 넘게 편도결석으로 고생하다가 이비인후과에서 레이저로 편도 구멍을 막는 수술도 해봤지만 곧 다시 재발하고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재발해서 2번이나 했는데도 그랬다. 그 이비인후과에서는 다른 병원에서 편도를 절제하는 것을 권유했다.

귀찮아서 그렇게 방치하던 중에 갑자기 할 일도 없어졌고 이제는 진짜 못 버티겠다 싶어서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검색을 하던 중 우리집과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편도절제술을 받은 후기를 읽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예약을 했다.

2022년 6월 13일에 예약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 근처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바로 음성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예약시간인 오후 2시 50분에 맞춰 병원에 갔는데 예약 시간보다 1시간을 더 기다린 이후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편도 결석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말을 하니 바로 수술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수술 상담실에 들어가서 6월 24일 이후에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인 6월 28일로 수술예약을 잡았다.

수술 날짜를 더 빨리 잡을 수 있었는데도 왜 6월 24일 이후였냐면, 내 보호자를 해야 할 사람이 그 날 이후에 시간이 됐기 때문이었다. 수술 안내를 받자마자 병원 안을 돌아다니며 피 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 비용으로 10만원이 들었다.

 

전신마취 수술 안내

 

 

입원일인 6월 27일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서 카톡이 왔는데 입원이 연기된다는 것이었다. 오전 중에 입원 안내 문자가 오지 않으면 아예 다른 날로 미루어진다고 해서 스마트폰 유심을 바꾸러 갔다. 사실 수술 며칠 전에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바꿨는데 기존에 쓰던 유심이 삼성페이 교통카드가 등록되지 않아서 유심을 바꿨던 것이었다. 그런데 유심을 바꾼 사이에 문자가 왔었던 모양이었다. 혹시나 몰라 오후 5시에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병원에서 문자를 보냈는데 내가 아직 안 왔다는 것이었다. 추측하건대 내가 유심을 바꾸는 사이에 문자 와서 그랬던 모양이다. 

 

병원에서 다시 문자를 받고 집에 돌아가 바로 짐을 싸고 병원으로 향했다. 집 근처 선별진료소에서 음성 문자를 받은 것은 이전에 쓰던 아이폰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폰이랑 갤럭시 탭까지 싸들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나는 오후 5시 이후에 입원 수속을 밟아야 했고 이 시간에는 응급실 원무과에 가서 입원 수속을 받아야 했다. 병실은 6인실이 될 줄 알았는데 입원실 자리가 정말 없었는지 2인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을 하고 사물함에 짐을 넣는데 사물함이 잠기지 않았다. 하지만 입원을 길게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썼다. 물건 도둑맞지 않아서 다행이야.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으니 간호사님이 들어오셔서 혈압을 재고 동의서를 작성했다.

그 다음에 외래 진료를 받고 수술 주의사항을 듣고 동의서에 또 서명을 했다. 수술은 오후에 이루어진다고 했다.

다시 병실로 돌아와 라인을 잡았는데 하던 도중에 과호흡이 와서 일단 수술팔찌만 차고 나중에 다시 라인을 잡아줬다.

그리고 그 아프다는 항생제 테스트 주사를 놓아줬다.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고2 때 우리반이 샘플 반이어서 주기적으로 결핵 검사를 받았었는데 그 결핵 검사가 피부 사이에 주사를 맞는 것이라 적응을 해버린 모양이었다.

피어싱 때문에 살튀가 있었는데 항생제를 맞으니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퇴원 후에 다시 나왔지만.

 

왼손으로 힘들게 찍었던 수술팔찌 사진

 

2022년 6월 28일 수술날이 되었다. 나는 오후 수술이었기에 할 일이 없어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았다. 2인실에 같이 입원한 분이 오전 수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어싱이 막힐까봐 수술하러 내려가기 직전까지 끼고 있다가 뺐다. 결국 2년 후인 지금은 그 때 있었던 피어싱을 귀 성형수술 때문에 대부분 막아서 결과론적으로 소용이 없는 짓이었지만.

이동 침대에 누워서 마취 동의서에 서명하고 대기했다. 

 

그리고 간호사님이 내 보호자를 찾았다. 하지만 보호자를 하기로 했던 동생은 안 왔다. 이럴 거면 수술을 빨리 받을 걸.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체온을 계속 쟀다. 그런데 체온이 계속 높게 나왔다. 그렇게 수술이 엎어지나 했는데 공복 상태면 체온이 올라갈 수도 있고 지금 그런 것 같다며 결국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렸는데 벌써부터 숨 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간호사님한테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말했는데 "숨 잘 쉬고 있잖아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수술 전 자정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또 수술을 하고 나서 4시간 동안 금식해야 했다.

4시간의 금식 시간이 지난 후 물을 마셨는데 목이 너무 아파서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겨우 세 모금을 마셨다.

힘들게 전화를 해서 가족에게 얼음 안 갖다줘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을 겨우 세 모금 마시니까.

누워서 쉬고 있는데 정맥 주사가 빠져서 피가 철철 났었다. 솔직히 좀 무서웠고 과다출혈로 안 죽겠죠라고 물어봤었다ㅋㅋㅋㅋㅋ

 

같은 병실을 쓰는 분이 코를 너무 골아서 잠을 못 잤다. 수술 다음날 오전에 외래 진료를 받고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 병실로 돌아왔더니 병실에 도배풀 아니 미음이 놓여있었다. 목이 아파서 반밖에 못 먹었다.

 

도배풀 같이 생긴 미음

 

퇴원 정산을 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보호자가 퇴원할 때가 되어서야 나타났다. 정맥 주사에 피가 역류하는 것을 보니 어지러워서 보호자에게 퇴원 정산을 해달라고 했고 보호자와 함께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집에 가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먹음.

 

2022년 7월 3일 목에서 피가 났다. 그렇게 응급실을 가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응급실을 갈 생각을 하니까 피가 멎었다. 수술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가서 피가 날 수도 있구나... 수술 때문에 쉬면서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즌3, 브리저튼 시즌 2, 브루클린 나인나인 시즌 1부터 시즌 7까지 정말 많이도 봤었다. 

 

계속 아이스크림만 먹다가 수술 후 15일이 지나서야 일반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아이스크림만 먹다 보니 몸무게가 6kg이 빠졌었다. 그래서 조금만 걸어도 근육이 아팠는데 아무래도 근육이 빠졌겠지.

 

2년이 지난 지금은 편도가 없어서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사람이 되어서 감기에 5번이나 걸렸지만 수술을 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편도결석이 너무 지독했으니까. 여기서 편도절제술 후기를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