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았던 성형수술 후기

sudult-bipa 2024. 11. 9. 08:49

사실 성형수술 이야기를 하기에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나는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이기에 성형수술을 이야기를 해서 나를 안 좋게 보면 어떡하지?

성형수술 이야기를 하면서 안 좋은 것을 조장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누군가는 나랑 비슷한 수술을 받을 것이고, 그것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나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럼 시작합니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나는 여러 번 성형 생각을 했었다.

중학생이던 시절, 커다란 얼굴과 사각턱에 스트레스를 받아 성인이 되면 사각턱 수술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내 눈은 아직도 오른쪽에만 속쌍꺼풀이 크게 있기 때문에 쌍꺼풀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디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받은 수술은 사각턱 수술도 아니다. 쌍꺼풀 수술도 아니다.

코도 아니고, 필러를 맞은 것도 아니고, 눈매교정도 아니다.

그러면 대체 뭘 받았단 말이냐?

 

바로 귓바퀴 라인 수술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한 부위와는 다르게 귀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지는 부위이다.

나는 귀모양이 특이했고 그것을 개성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왜 귀 수술을 했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그게 살짝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때는 2023년 5월의 일이다.

옆에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데 고양이의 귀가 보였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귓바귀 성형수술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다.

진짜 내가 기억나는 것은 그것뿐이다.

 

반은 농담이었고 다시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어린 시절에 귀 모양에도 컴플렉스를 느꼈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내 귀는 뾰족한 모양이었고 심지어 양쪽 귀의 차이가 컸었다.

오른쪽 귀는 비교적 곡선이고 살짝만 각이 져있다는 느낌인 반면, 왼쪽은 완전히 뾰족한 모양이었다.

양쪽 다 귓바퀴가 눌러접혀져 있다는 것은 똑같았지만.

귀 수술을 받을 돈으로 쌍꺼풀 수술을 받는 것도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내 혈육은 쌍꺼풀 수술을 받았는데 결국 풀렸고 살을 건드리는 수술은 변수가 클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귀는 연골을 건드리는 수술이니 변화가 수술 후의 변형이 덜할 거라는 그런 생각도 들어서 수술을 결심했다.

 

처음에 성형수술을 결심했을 때는 양쪽 다 귓바퀴가 눌려 있으니, 양쪽 다 받을 생각이었다.

귓바퀴 수술을 하는 병원은 많지가 않았기 때문에 성형상담을 받은 곳은 2곳밖에 없었다.

첫번째로 간 병원은 귀 한쪽당 200만원정도이고 보형물을 넣는다고 했다.

두번재로 간 병원은 귀 한쪽당 350만원정도이고 귀의 다른 부분에서 연골을 채취해서 넣는다고 했다.

 

내가 선택한 병원은 첫번째 병원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1. 보형물을 넣는 수술이 비용이 더 저렴하다.

2. 보형물을 넣지 않으면 귀의 다른 부분에서 연골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절개 흉터가 더 많이 남는다.

3. 나는 내 코에 만족하고 수술을 받을 일은 영영 없을 수 있지만 만약에 무슨 일이 일어나서 코 재건 수술을 받아야 하면 귀 연골을 쓰는 게 낫다. 그래서 내 귀의 연골은 남겨놓아야 한다.

 

3번을 쓰고 보니까 MBTI N일 것 같아 보이지만 난 S다.

 

이렇게 수술을 할 결심을 하고 예약금을 냈다.

그리고 며칠 뒤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국소마취로 진행되었다.

수면마취로 받았다는 사례가 있어서 그것도 조금 고민해보았지만 비용이 더 든다기에 그만뒀다.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내가 깨어있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있었다.

 

벌써 1년 전의 일이기에 수술 과정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귀에 마취주사를 놓고 오른쪽 팔에 링거로 항생제 같은 것을 맞았던 기억은 난다.

사전에 설명을 들었을 때 귓바퀴 수술은 귓바퀴 연골에 칼집을 내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고 뼈가 부족하면 보형물을 넣어서 고정하거나, 내 연골을 이용하는 수술의 경우에는 귀의 다른 부분에서 연골을 채취해서 그것을 덧대는 것이다.

수술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깨어있었기 때문에 수술 도중에 의사가 하는 혼잣말이 들렸다.

그 말에서 최대한 보형물을 사용하지 않고 수술을 하고 싶어하셨던 마음이 드러났지만, 불행히도 뼈가 부족해서 보형물을 넣었던 것 같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사진을 남겨둔 것이 없어서 수술 전 후의 사진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병원에 홍보목적으로 사진을 올리는 것을 허락하는 대신에 수술비 할인을 받아 병원 홈페이지에 수술 전 후 사진이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병원 워터마크가 박혀있고 그 사진을 가져왔다가는 병원 홍보가 되어서 내가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양해해주길 바란다.

 

어쨌든 수술이 끝나고 주의사항을 들었다. 아닌가? 수술 전인가?

주의사항은 수술 받은 귀가 눌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자야하며, 술은 마시면 안되고, 피어싱은 연골에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평생.

연골 피어싱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슬픈 일이었지만, 2만원에 200만원을 날릴 수 없었기 때문에 세컨 귓불에 피어싱을 했다.

하지만 막혀서 다시 뚫어야 한다.

 

그 위 병원에서 안내해준 약국에 가서 항생제와 소염제 그리고 위장약으로 추정되는 약을 받아왔다.

약값은 5만원정도 들었고 나는 국민건강보험의 소중함을 느꼈다.

성형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당연하다.

만약 건강과 직결된 수술을 받고 약을 먹어야 했을 때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그 경우에도 5만원을 내야한다는 거잖아?

너무 끔찍한 일이다. 의료민영화는 막아야만 하는 일이다.

 

수술 다음날 주사를 맞으러 갔다. 주사를 맞기 위해 드레싱을 제거했을 때 멍이 잔뜩 들어있던 모습이 선명하다.

또 며칠 뒤 실밥을 풀었고 더 이상 병원에 올 일은 없었다.

어느덧 수술을 받은 지 1년이 지났다. 

병원에서 주의사항을 알려줬을 때 보형물이 3년에 걸쳐서 녹는다고 했는데 아직도 보형물이 느껴지지만 처음보다는 조금 작아진 듯한 착각이 든다. 하지만 녹는다고 했으니 착각이 아닐 수도 있다.

 

수술결과는 너무 만족한다. 비록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수술이 잘됐다고 동네방네 자랑할 수는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수술 후기는 정말 자기 만족뿐인 수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를 들을 일도 거의 없기에 더 만족스러운 수술이었다.

아직도 실수로 귀를 치거나 눌리면 아프다. 아마 보형물이 다 녹을 때까지는 그러겠지.

 

가끔씩 오른쪽 귀도 수술을 받을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당장은 수술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심했다.

왼쪽 귀만 수술을 받음으로써 양쪽 귀의 모양이 비슷해졌고 앞에서 말했다시피 오른쪽 귀 모양은 비교적 완만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해 놓고 돈을 모아서 갑자기 수술을 받을 지는 미래의 나만 아는 일이기는 하다.

 

결론: 귓바퀴 성형수술은 만족스럽다. 그렇지만 성형수술은 신중하게 고민하고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