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운전면허 따는 데 10개월이 걸렸다고? 나름 다사다난 했던 운전면허 취득기

sudult-bipa 2024. 11. 8. 07:13

나는 올해 3월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런데 학과시험을 본 건 작년 5월이다.
운전면허를 따는 데 총 10개월이 걸린 셈.
보통 2주면 따는 것 같던데...

 

운전면허를 수능 보자마자 땄어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늦었다.

수능 보자마자 안 따면 한참 걸린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학과시험(필기)

 

2023년, 처음에 운전면허를 접수할 때 1종으로 신청했었다.
왜냐하면 1종이 운전할 수 있는 차량 범위가 더 넓으니까요.
(그리고 아빠가 2종은 면허도 아니라고 1종 따라고 했었다.)
 
그래서 더 높은 기준으로 시력검사를 다시 했는데...
이게 6000원 낭비 였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나는 1종 딸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학과 시험을 예약하고 안전교육을 받으러 가는 날 사진을 안 가져왔다.
돈 내고 찍은 사진이 아까워서 학과 시험 바로 다음 날로 날짜를 바꾸고 안전교육만 받고 돌아갔다.
 
바로 다음 날 사진 들고와서 원서 작성하고 시력검사 받고 학과시험을 봤다.
1종의 경우 학과시험 합격이 70점 이상인데 앱으로 모의고사를 풀었을 때 계속 60점도 안 나와서 필기를 여러 번 보는 거 아니냐는 생각으로 불안해했었다. 다행히 84점으로 합격.
 
필기는 면허 시험 보는 사람들 대부분 아는 운전면허 PLUS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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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기능


필기를 붙었으니 뭘 해야죠? 장내기능 준비해야죠!
필기 보기 전의 나는 몰랐다. 운전전문학원에서 장내기능을 보기 위해서 학원에서 학과 교육 3시간을 이수해야하는데 이미 면허시험장에서 1시간을 들었었으니 도합 4시간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면허시험장에서 1시간 듣는 것도 너무 힘들었던 나는 아예 장내기능까지 붙고 운전전문학원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알아본 곳이 실내운전연습장.
장내기능까지 실내운전연습장에서 하고 도로주행만 운전전문학원에서 받는 식으로 하면 처음부터 운전전문학원을 가는 것보다는 저렴하기에 이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실내운전연습장에서 장내기능 연습을 하는데 이럴 수가 나는 클러치를 정말 못 밟았다.
시뮬레이션으로 장내기능을 보는데 점수가 마이너스였다.
왜냐하면 클러치를 정말정말 못 밟아서 자꾸 시동을 꺼뜨리는 바람에...
 
며칠 하다보니까 이건 진짜 안되겠다 싶어서 2종으로 모드를 바꾸고 해봤다.
합격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수가 양수잖아?
월요일이 되자마자 면허시험장에 가서 2종으로 격하 신청을 했다.
 
사실 나는 2021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기록이 있어서 그 정보를 쓸 수가 있었는데 건강검진 받을 때 안경을 안 가져왔는지 시력 기준 미달이라고 다시 받으라고 했었다. 하지만 2종이면 나안 시력으로도 시력검사 합격하는 애매하게 나쁜 시력이라 처음부터 2종으로 했으면 6000원을 쓰지 않아도 됐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멍청함은 계속 됩니다.
 
그렇게 격하 신청을 하고 실내운전연습장에서 2종으로 연습을 하다보니 100점이 나와서 장내기능시험을 신청했다.
학과를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봤기 때문에 장내기능도 강남으로 갔다.
 

 

 

 

 

 

 
두 지도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의 기능시험장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고 한참 걸어가야했다.
이 때는 6월이었다. 무척 더웠다. 하지만 강남운전면허 시험장 기능시험장은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실내 대기실이 없어 차양막 밑에서나 햇빛을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기능시험 보실 거면 날씨 좋은 봄 가을에 가십쇼.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장내코스는 경사로 직후에 코너를 돌아야 하는데 나는 코너를 정말 못 돌았다.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할 때도 정말 못 돌았는데 진짜 차면 더 못 돌았겠죠?
그렇게 직각주차 코스 직전에 광탈을 했다.
 
그리고 부모형제자매에게 어떻게 장내기능을 떨어지냐는 말을 들었다. 아 당신들이 재능이 있는 거라고요. 한 번에 붙는 사람이 대단한 거라고. 특히 나의 부모는 후진 s자 코스가 있었던 시절에 면허를 한 번에 딴 사람들이라 더욱 더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더랜다.
 
초반 코너 때문에 강남은 안 되겠다 싶어서 용인으로 바꿔서 연습을 했다.
강남은 교차로가 한 번이었는데 용인은 교차로가 2번이었다. 내리막 직후에 교차로가 나와서 속도에 주의해야하지만 강남보다는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용인운전면허시험장으로 2번째 장내기능시험을 신청했다.
 

 

 

 
용인은 복지가 있었다. 에어컨이 틀어진 시원한 실내에서 시험을 볼 때까지 대기할 수 있었다.
오후 4시쯤 시험을 봤었던 걸로 기억한다.
제일 먼저 경사로에서 무난히 잘 멈추고 다시 출발해서 내리막으로 들어서는데 그 때 돌발이 나왔다.
브레이크를 밟고 비상등 버튼을 누르는데 그 때 라디오도 같이 켜버렸다.
비상등 버튼 근처에 라디오 버튼이 있어서 누른 사람이 많을 걸로 생각은 하는데 생각은 하는데...
시험 도중에 또 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하니 라디오 끄는 법도 모르겠고 볼륨 줄이는 법도 생각 안나고...
결국 라디오가 켜진 상태로 계속 시험을 봤다. 
 
장내기능시험은 장치조작이 끝나면 경사로 - 교차로 - 직각주차 - 다시 교차로 - 가속 코스를 가게 되는데 그러니까 초반에 라디오를 눌러버리는 바람에 시험 대부분을 라디오와 함께했다.
사실 어떤 상황이든 차분히 시험을 보면 되는데 들리지 말아야 할 라디오 소리가 들린다는 것에 멘탈이 무너졌다.
농담아니고 울먹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면서 나머지 코스를 진행했다. 
직각주차 코스에서 알림음? 그런 거 하나도 안 들렸다. 왜냐하면 나는 멘탈이 무너졌으니까.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90점? 
80점 이상이면 합격인데 90점으로 합격했다. 불합격은 커녕 턱걸이도 아니라니.
추측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직각주차 코스에서 검지선을 넘어서 점수가 깎인 것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은 후 연습면허를 발급받고 집에 돌아갔다.
 

도로주행


2023년 6월, 연습면허를 들고 운전전문학원을 찾아갔다.
학원은 이곳 저곳 고민하다가 몇 년 전 동생이 다녔던 운전학원을 등록했다.
학원에서는 2일 간 하루 3시간씩 교육을 받는 것을 권장했지만 나는 3일 간 하루 2시간씩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시작된 도로주행 교육.
무려 도로에 나가는 첫 날 비가 와서 와이퍼 켜고 교육을 받았다.
아직 면허도 없는 초보한테 가혹하다고.

그렇게 3일 간 교육을 받고 마지막 날 교육이 끝나자마자 도로주행시험을 봤다.
나는 차로유지도 제대로 못하고 페달도 급하게 밟는데 진짜 시험을 봐도 되나 싶었다.
차를 타고 코스를 고르는데 앞 사람이 A코스를 뽑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A코스의 반대방향인 B코스가 되었다.

내가 다녔던 학원 A코스는 회전교차로가 무려 3번이나 나오는 코스였기 때문에 제발 이거만 걸리지 말라고 빌었는데 이루어지긴 했다.

앞 사람이 시험을 무난하게 보고 합격을 했고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결과는 깜빡이 켜는 걸 깜빡하고 급브레이크 밟고 정지했을 때 중립 안 하고... 그래서 100미터도 못 가서 불합격했다. 이 때 너무 큰 절망감을 맛보고 다시는 면허를 안 딸 생각으로 원서를 들고 집에 왔다.

하지만 그 다음 시험은 2달 뒤인 8월에 보게 된다. 실내운전연습장에서 운전면허 취득까지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걸 결제했다. 장내기능 때처럼 시뮬레이션으로 100점이 나왔을 때 시험을 보러 갔다.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할 때 비 오는 모드로도 해보고 야간 모드로도 했는데 결과는 불합격. 2번째 도로주행은 용인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봤는데 여기 또한 얼마 못 가서 점수 미달로 불합격 해버렸다.
그렇지만 용인 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 어려워요. 교차로도 많고...

반도 못 가서 떨어지니까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고 다시는 운전면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였으면 제가 지금 운전면허가 없겠죠?
자존감이 바닥을 찍은 건 맞아서 2024년 3월이 될 때까지 운전 연습을 한 번도 안 했다.

내 생일은 3월이었고 스스로에게 운전면허를 생일선물로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운전학원에 전화를 해서 추가교육 3시간을 받고 시험을 보기로 했다. 아쉽게도 자리가 없어서 내 생일이 지난 후에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추가교육을 받는데 진짜 추가교육 해주신 강사님이 너무 잘 가르쳤다. 그렇게 학원 코스 4개를 한 번씩 돌았고 저번처럼 교육이 끝나자마자 도로주행시험을 봤다. 코스는 저번처럼 앞 사람이 먼저 골랐는데 또 A코스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내가 B코스가 되었다. 저번이랑 같은 코스잖아? 또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앞 사람이 무난히 합격하고 다시 내 차례가 되었다.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봤다. 그렇지만 페달 조작을 못해서 급브레이크를 안 밟은 건 아닌 것 같고 중립하는 것도 여러 번 빼먹은 것 같아서 시험이 종료되자마자 "저 불합격이죠?"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불합격이래요. 80점대로 불합격이라 면허 준대요. 네? 하...

이렇게 7개월만에 운전대를 잡았는데 도로주행에 합격을 했고 나는 면허가 생겼다.

그리고 그 뒤로 쭉 운전을 하지 않았다. 장롱면허엔딩.

사진을 찍은 지 10개월이나 지나기도 했고 기존에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진을 다시 찍고 면허를 발급받았다.

경기도민이니까 용인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발급받았는데 진짜로 5분만에 면허증이 나왔다.

 

그래서 운전면허에 든 비용은?
항목 비용
신체검사 6,000
학과시험 10,000
장내기능시험 (2번) 44,000
연습면허 4,000
도로주행시험(학원에서 2번) 110,000
도로주행시험(운전면허시험장) 25,000
실내운전연습장(장내기능+도로주행) 300,000
도로주행교육 389,400
추가교육 174,000
면허발급 15,000
합계 920,800



실내운전연습장 VS 운전전문학원

 

결국 실제 차를 운전해서 시험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운전학원에 가는 것을 권한다.

하지만 둘 다 다녀본 입장에서 어느 한 쪽만 단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한 번 장단점을 정리하겠다.

 

  실내운전연습장 운전전문학원
장점 차를 들이박아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만 연습이 가능하다.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
n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쳐준다.
(강사를 잘 만나면)
시험 볼 때랑 똑같은 것을 운전한다.
단점 특히 페달이 실제 차와 느낌이 다르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계속 봐주지 않는다.
사고 낼 것 같아서 무섭다.
비용이 비싸다.


실내운전연습장은 장내기능까지만 하라고 해서 그렇게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운전이 미숙해서 운전전문학원에서 교육을 받고도 실내에서 결국 따로 연습을 하게 되었다.

돈이 많다면 학원에서 추가로 교육을 받는 편이 빠르다.

하지만 차선을 더럽게 못 맞췄던 내가 도로주행도 실내에서 따로 연습하면서 어느정도는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부분적으로 안 되는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실내운전연습장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